코딩 모르는 의사가 5일 만에 블로그를 만든 이유
김솔
지인의 프로필 링크를 눌렀다가 멍해졌다
우연히 지인의 프로필 링크를 눌렀다.
군더더기 없는 그만의 개인 사이트가 거기 있었다.
깔끔한 타이포그래피. 자신이 직접 만든 프로젝트들. 정제된 글 목록. 뉴스레터 구독 버튼까지.
나도 5년 넘게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Valley AI' 블로그에도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집주인'이었고, 나는 '세입자'였다.
글은 하나인데, 수정은 세 번?
평소 나는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노트 앱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아이디어를 적고, 구조를 잡고, 초고를 완성한다. 여기까지는 즐겁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 네이버 블로그 에디터에 붙여넣고, 양식 맞추기
- Valley AI 톤에 맞춰 다시 다듬기
- 이미지를 다시 올리고, 링크 다시 걸기
정작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을 '옮기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양식을 맞추고 싶은 걸까?"
셋방살이의 불안
단순히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네이버 알고리즘이 바뀌면 노출이 달라진다.
서비스 방향이 바뀌면 내 글의 운명도 흔들린다. 어느 날 갑자기 서비스가 종료되면?
내 소중한 기록들이 거대 플랫폼의 정책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남의 집 셋방에서 얹혀사는 기분.
언젠가는 플랫폼에 좌우되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냥 한번 해보자"
마침 Claude Code라는 새로운 AI 도구를 접하게 되었다.
바이브 코딩. 키보드로 코드를 치는 게 아니라, 자연어로 부탁하면 코드가 나온다.
"정말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미뤄왔던 숙제를 끝내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단순했다.
"글을 쓰는 것 외의 모든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자."
화려한 디자인? 필요 없다. 복잡한 기능? 나중 일이다.
딱 하나. '파이프라인' 만 원했다.
"Claude, 내가 옵시디언에 글을 쓰고 저장하면, 알아서 웹사이트에 발행되게 해줘."
그렇게 5일간의 몰입이 시작되었다.
206개의 커밋, 66개의 PR
5일 동안 일어난 일을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다.
- 총 커밋 수: 206개
- Pull Request: 66개 (전부 병합)
- 작업 시간: 약 60시간
- 밤샘: 2회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Day 1: 프로젝트 초기화, 옵시디언 연동, 댓글 시스템, 첫 배포 Day 2: 검색 엔진 통합, RSS 피드, 카테고리 구조 개편 Day 3: UI 개선 (타이포그래피, 호버 효과, 읽기 진행도 바) Day 4: 이미지 호스팅, 보안 감사, Lightbox 구현 Day 5: 뉴스레터 시스템, 최종 다듬기, 런칭
매일 밤 "내일 마무리하자"고 다짐했지만, 자꾸 고치고 싶은 게 생겼다.
완성된 것들
5일 후, 내 손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 옵시디언 자동 발행: 글을 쓰고 저장하면 끝.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 Pagefind 검색: Cmd+K로 블로그 전체 검색
- Supabase 댓글: GitHub 계정 없이도 누구나 댓글 가능
- Resend 뉴스레터: 자동 환영 메일, 구독 취소 시스템
- Cloudflare Pages 배포: 무료, 빠른 글로벌 CDN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제 글쓰기는 더 이상 노동이 아니다.
옵시디언을 켜고, 생각을 적고, 저장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막막했다.
TypeScript? Supabase? Cloudflare Workers?
하나도 몰랐다.
하지만 Claude Code와 함께라면 가능했다.
"이 오류 메시지가 뭔 뜻이야?" "이 기능을 추가하려면 어디를 수정해야 해?" "왜 빌드가 안 돼?"
하나씩 물어보고, 이해하고, 적용했다.
완벽한 코드를 처음부터 짤 필요 없었다. 작동하는 최소 버전을 만들고, 조금씩 개선하면 됐다.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왜 만들고 싶은가'였다.
나에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플랫폼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공간."
이 한 문장이 5일간의 삽질을 버티게 해줬다.
앞으로의 이야기
이 시리즈에서는 5일간의 여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려 한다.
- 2편: 첫 삽질의 기록 (Day 1-2) - 옵시디언 연동부터 첫 배포까지
- 3편: 디테일이 만든 차이 (Day 3-4) - UI 개선과 보안 감사
- 4편: 런칭, 그리고 배운 것들 (Day 5) - 뉴스레터와 핵심 교훈
성공담만 쓰지 않겠다.
실패한 시도, 멍청한 실수, 새벽 3시에 머리를 쥐어뜯은 순간들.
그 모든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당신의 '셋방살이'는 무엇인가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면.
"나도 뭔가 만들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스쳤다면.
용기 내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5일은 생각보다 짧다.
하지만 5일 후, 당신도 누군가의 10분을 10초로 줄여줄 무언가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관련 링크
- 완성된 블로그: https://solkim.blog
- 다음 편: 2편 - 첫 삽질의 기록 (Day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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