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타임 제작기: ‘앉아서 먹자’를 덜 말하는 아이 식사 타이머
김솔
밥상 앞에서 같은 말만 했다
밥을 차려놓고 아이와 식탁에 앉는다.
"윤슬아, 밥 먹자."
처음 몇 숟갈은 잘 먹는다. 그러다 의자에서 내려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다시 식탁에 와서 한 입 먹고, 또 자리에서 일어난다.
처음에는 나도 부드럽게 말한다.
"밥 먹을 때는 앉아 있자."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말도 점점 길어진다.
"몇 시까지 먹자."
"돌아다니면서 먹지 말자."
"이제 3분 남았어."
"빨리 먹자."
식사 시간은 길어진다. 부모는 숟가락을 들고 아이를 따라다니게 된다.
마지막에는 목소리도 조금 높아진다.
"밥 먹을 거면 여기 앉아서 먹어야지."
밥 한 끼 동안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먹인 사람도, 먹은 사람도 지친다.
윤슬타임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했다.
아이에게 빨리 다 먹으라고 재촉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정해진 식사 시간 동안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부모도 숟가락을 들고 아이를 따라다니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싶었다.
처음부터 앱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먼저 뽀모도로 방식의 시각 타이머를 써봤다.
남은 시간이 보이면 "몇 시까지 먹자"를 덜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도 그동안 자리에 앉아 먹기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그 타이머를 너무 싫어했다.
시간이 잘 보여도 소용없었다. 타이머 자체를 싫어하니 계속 쓸 수 없었다.
시간이 보이는 것과 아이가 싫어하지 않고 함께 보는 것은 달랐다. 이 경험이 윤슬타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윤슬타임의 시작 화면
시간이 보여도 싫으면 소용없었다
어른은 시계를 보면 남은 식사 시간을 안다. 하지만 아이에게 "몇 시까지"나 "몇 분 남았어"는 막연하다.
그 말을 들었다고 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먹는 흐름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이 옆에 부담 없이 둘 수 있어야 했다. 화면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했다.
화면 속 구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과 색이 달라진다.
부모는 남은 숫자를 계속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 화면을 가리키며 짧게 말할 수 있다.
"구름이 무지개가 여기까지 왔네."
"끝까지 차는 동안은 여기 앉아서 먹어보자."
말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앉아서 먹어"를 계속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화면으로 식사 시간의 흐름을 확인한다.
중요한 건 아이가 시계를 잘 읽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앉아서 먹자"를 다섯 번이 아니라 세 번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 말도 "빨리 먹어"보다 조금 부드러워진다.
식사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실제 화면. 부모와 아이는 숫자 대신 같은 변화를 함께 볼 수 있다.
빨리 먹는 것보다 앉아서 먹는 것
아이와 밥을 먹으면 신경 쓸 일이 많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었는지 살핀다.
반찬은 골고루 먹었는지, 또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는지도 본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먹어야 해"까지 보태면 더 지친다. 부모도 아이도 마찬가지다.
내게 중요한 건 빈 그릇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기 자리에 앉아 먹는 경험이었다.
얼마나 많이 먹느냐보다 부모가 숟가락을 들고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식사가 먼저였다.
윤슬타임은 먹은 양이나 속도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다. 시간이 끝나도 실패라고 하지 않는다.
화면 속 구름이가 건네는 말은 하나다.
"구름이랑 냠냠할까?"
밥을 다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이제 밥 먹는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말에 가깝다.
마지막에도 "시간 끝났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구름이를 쓰다듬으며 마무리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먹고 함께 끝내는 작은 식사 루틴이다.
부모에게 남는 것은 짧아진 말이다
윤슬타임을 켠다고 아이가 식사 내내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앱 하나로 밥상 문제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부모에게는 작은 틈이 생긴다. 계속 시계를 보고 남은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와 같은 화면을 보면 된다. "또 일어났어?"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구름이가 거의 다 왔네. 그때까지 앉아서 먹어보자."
같은 말을 덜 하면 부모도 덜 지친다.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기 전에 한 번 숨을 고를 수 있다.
아이도 자신만 재촉받는다는 느낌을 덜 받을 수 있다.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저녁은 조금 덜 힘들어진다.
부모가 숟가락을 들고 아이 뒤를 따라다니지 않는 것.
잠자리에는 조용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비슷한 장면은 잠자리 전에도 반복됐다.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
"이제 그만."
부모에게는 씻고 누워야 할 시간이다. 아이에게는 하루 중 가장 아쉬운 놀이 시간일 수 있다.
이때 큰 알람이나 밝은 화면은 조용해지던 분위기를 깨기 쉽다.
잠자리 화면은 낮에서 노을로, 다시 밤으로 천천히 바뀐다. 구름이도 점점 졸린 표정이 된다.
부모가 "이제 자야 해"를 계속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와 함께 밤으로 바뀌는 화면을 보면 된다.
마지막에도 큰 알람은 없다. 구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끝난다.
놀이는 갑자기 끊기기보다 하루를 함께 닫는 장면에 가까워진다. 부모도 "이제 그만"을 한 번 덜 말할 수 있다.
낮에서 노을로, 다시 밤으로 이어지는 잠자리 화면. 시간이 끝나갈수록 구름이도 천천히 졸려진다.
밥상과 잠자리는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모에게 필요한 도움은 비슷했다.
아이를 통제하는 더 강한 신호는 필요하지 않았다. 계속 지시하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조용한 기준이 필요했다.
앱이 또 다른 잔소리가 되지 않게
부모는 "앉아서 먹자"와 "빨리 먹자"를 덜 말하려고 앱을 켠다.
그런데 앱이 성공과 실패를 따지고 더 먹으라고 재촉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부모의 잔소리 대신 화면 속 압박만 하나 더 생긴다.
윤슬타임은 아이가 먹은 양을 기록하지 않는다. 시간이 끝나도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아이가 화면을 보는 동안 구매를 재촉하지도 않는다.
광고와 구독도 넣지 않았다. 더 자주 쓰고 싶은 경우에만 한 번 구매해 제한을 없앨 수 있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기능이 많은 앱이 아니다. 밥상 앞에서 덜 말하고 덜 부딪히게 해주는 몇 분이다.
반복되는 작은 피로에서 제품이 시작됐다
프로덕트 아이디어가 꼭 거창한 문제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매일 반복돼 너무 익숙한 장면이 있다. 그런 장면에도 만들 이유가 숨어 있었다.
밥상 앞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순간.
잠자리 전 "진짜 마지막"을 세 번 말하는 순간.
아이는 듣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바꾸지 못한 순간.
나에게 그 장면을 설명하는 한 문장은 이것이었다.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도, 정해진 식사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이 문장을 놓치지 않으니 선택은 쉬워졌다.
설정을 하나 더 넣는 것보다 부모의 말을 한마디 줄이는 일이 중요했다. 화려한 보상보다 조용한 마무리가 더 잘 어울렸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한다면 먼저 반복되는 장면을 오래 들여다보면 좋다.
그 장면에서 누가 지치는지 본다. 어떤 말을 되풀이하는지도 듣는다.
그리고 그 말을 한 번이라도 줄일 방법을 찾는다.
작은 앱도 누군가의 힘든 순간을 덜어줄 수 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쓸모 있는 제품이다.
아직도 다듬는 중이다
윤슬타임은 밥상과 잠자리 문제의 정답이 아니다.
집마다 루틴이 다르다. 같은 아이도 날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질문은 하나다.
윤슬타임을 켠 저녁에는 부모의 말이 정말 조금 짧아지는가.
부모가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먹어"라고 말하기 전에 화면을 한 번 같이 보면 좋겠다.
"구름이가 거의 다 왔네. 그때까지 여기 앉아서 먹어보자."
그 한마디가 밥상 앞 분위기를 조금 부드럽게 만든다면 충분하다. 윤슬타임은 자기 몫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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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타이머 - 윤슬타임
구름이와 색 변화를 함께 보며 식사와 잠자리 시간을 보내는 아이 시각 타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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