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x에게 “App Store 1위 게임을 만들어줘”라고 했더니
김솔
Codex한테 “App Store 1위 게임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정말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처음 만든 게임 〈야구 못하면 또 환생함: 투수 키우기〉가 한국 App Store ‘게임 > 스포츠’ 유료 차트 1위에 올랐다.
2026년 8월 9일, 차트를 열었을 때는 스크롤을 내릴 필요도 없었다. 가장 위에 있는 앱 이름을 다시 읽고 순위도 다시 확인했다.
“진짜 됐네.”
나는 이 게임의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았다.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 아이콘과 스토어 이미지, 테스트, App Store 등록과 심사 제출, 배포까지 모두 Codex와 진행했다.
물론 Codex에게 한 문장을 던지자 곧바로 1위 앱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 받은 화면은 게임보다 설문지 같았고, 변화구와 타구는 직선처럼 움직였다. 실제 판매용 앱은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다.
잠깐은 “게임은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닫는 대신 한 문장을 더 보냈다.
아직 너무 허접해. 그림판으로 그린 것 같아. 다시 고쳐줘.
내가 한 일은 코딩이 아니었다.
첫 결과를 보고, 다음 말을 계속 건네는 일이었다.
야구 게임에 환생을 넣으면 어떨까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날은 7월 21일이었다.
어느 날 쓰레드에서 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을 봤다. 사람들이 게임 이야기를 나누고 결과를 공유하며 즐기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야구는 원래 내 취미였고 게임도 좋아했다. 특히 선수를 키우고 시즌을 치르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생활 앱을 출시한 경험은 있었지만 게임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이미 비슷한 야구 게임은 많았다. 그대로 하나 더 만드는 것만으로는 나부터 재미없을 것 같았다.
“무엇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장르인 로그라이크가 떠올랐다. 한 선수의 커리어가 끝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되, 지난 생에서 얻은 경험 일부를 가지고 태어나면 어떨까.
내가 떠올린 것은 고교 투수로 시작해 프로에 도전하고, 은퇴하면 지난 생의 경험을 안고 다시 태어나는 야구 게임이었다.
매번 다른 선택을 하며 지난 생보다 조금 더 좋은 투수가 되는 게임. 그렇게 환생 시스템이 게임의 중심이 됐다.
제목도 진지하게 짓고 싶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제목만 봐도 설정이 보이고, 조금은 병맛이라 피식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야구 못하면 또 환생함: 투수 키우기〉라는 제목이 나왔다.
“이번 생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으로 자꾸 다시 시작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디어는 선명했지만 실제 게임으로 만드는 방법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세세한 기능 목록보다 목표부터 말했다.
App Store 게임 유료 앱 1위를 할 정도로 만들어줘.
물론 이 한 줄로 게임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돌아올 목표였고, 이후 수많은 대화와 수정이 이어졌다.
Codex는 내 이야기를 플레이할 수 있는 규칙과 화면으로 바꿨다. 시즌과 성장, 드래프트와 환생이 이어지는 가상 야구 세계를 만들었다.
PC 게임으로 시작해 iPhone으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PC 게임으로 출시할 생각이었다. Windows와 macOS용 빌드를 만들고, Steam 정식판과 무료 데모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Steam에서 첫 제품을 출시하려면 등록 뒤 30일을 기다리고, 최소 2주 동안 출시 예정 페이지를 공개해야 했다. 게임을 완성한 뒤에도 실제 반응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7월 25일, 방향을 바꿨다.
Steam보다 iOS 유료 앱을 먼저 출시하기로 했다.
PC 화면을 단순히 iPhone 크기로 줄이지는 않았다. PC에서는 표와 여러 패널로 보여 주던 정보를 한 화면에 하나씩 나눴다. 마우스로 선택하던 투구는 손가락으로 와인드업하고 놓는 조작으로 바꿨고, 소리와 진동도 더했다.
방향을 바꾼 뒤 목표는 더 선명해졌다. 한국 App Store 유료 게임 1위를 노릴 수 있는 iPhone 게임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PC에서 만든 규칙과 시뮬레이션은 남기고, 사람들이 직접 만지는 게임의 얼굴은 iPhone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처음 나온 것은 게임이 아니었다
첫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화면이 열렸고 버튼도 움직였다. 선택하면 경기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몇 번 눌러 보다가 손을 멈췄다.
야구를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무엇을 골라도 결과가 충분히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았다. 공을 던지는 손맛도, 타구를 기다리는 긴장감도 없었다.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빼고 봤을 때, 이 게임에 4,400원을 낼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었다.
기능은 있었다. 재미는 없었다.
처음 나온 결과는 완성품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처음으로 눈앞에서 확인하게 해 준 초안이었다.
코딩 대신 내가 한 말
문제는 나도 해결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공의 궤적을 어떤 공식으로 계산해야 하는지 몰랐다. 화면의 색과 여백을 어떤 규칙으로 바꿔야 하는지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말로 이야기했다.
아직도 너무 허접해. 그림판으로 그린 것 같잖아.
글씨가 너무 작아.
슬라이더인데 직선으로 날아온 것 같아.
타구도 직선으로만 가서 실제 야구처럼 안 보여.
완벽한 작업 지시는 아니었지만, 다음 개선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했다.
Codex는 “그림판 같다”는 말을 색, 글자, 버튼과 여백의 문제로 나눴다. “슬라이더가 직선 같다”는 말을 공의 속도와 회전, 중력과 궤적의 문제로 바꿨다.
나는 다른 야구 게임이 투구의 긴장감과 경기 정보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조사하게 했다.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게임에서 재미가 사라지는 순간을 찾기 위해서였다.
설문지 같던 화면은 야구장 전광판처럼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던진 공은 구종마다 다르게 움직였고, 뜬공은 솟았다가 떨어졌다. 중요한 순간에는 소리와 진동이 따라왔다.
Codex가 고치면 나는 다시 플레이했다. 정말 나아졌는지 보고, 여전히 어색하면 다시 말했다.
첫 PC 버전의 커리어 설정 화면. 선택지는 많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게임보다 복잡한 입력 화면에 가까웠다.
초기 투구 화면. 구종이 달라도 공의 움직임이 거의 직선처럼 보여 손맛이 약했다.
개선 후 iPhone 화면. 구종에 따라 궤적이 휘고, 손가락으로 던진 결과가 바로 보이도록 바뀌었다.
나는 해결책을 말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장면과 실제로 본 장면의 차이를 말했을 뿐이다.
코딩을 몰라도 “어디가 별로인지”는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이면 다음 개선을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앱은 코드만으로 출시되지 않는다
게임이 완성돼도 출시하려면 할 일이 남는다. 사람들은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아이콘과 소개 글, 스토어 이미지부터 본다.
Codex는 아이콘과 소개 글, 스토어 이미지와 영상 제작은 물론 테스트와 심사 제출까지 진행했다. 나는 목표와 기준을 정하고 계정과 가격·정책·출시를 최종 승인했다.
Codex가 손을 움직였고, 나는 방향과 기준을 맡았다.
Codex와 함께 만든 실제 App Store 소개 이미지. 디자인과 문구 제작도 앱 개발과 같은 대화 안에서 진행했다.
7월 31일, 게임을 4,400원에 출시했다. 광고도, 인앱결제도, 확률형 상품도 넣지 않았다. 한 번 구매하면 게임 전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출시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첫 버전이 App Store에 올라간 뒤에는 나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Codex에게 물었다.
다 된 거 맞아? App Store 유료 앱 1등 할 수 있겠어?
기분 좋은 답을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Codex는 이렇게 말했다.
1위 후보로 도전할 준비는 됐지만, 아직 1위를 할 만큼 검증된 앱은 아니다.
당시 실제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화면. 핵심 질문과 답변은 원문 그대로 담았다.
솔직히 조금 허탈했다.
그래도 이 답 덕분에 출시를 완성으로 착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Codex에게 처음 설치한 사람, 야구팬, 4,400원을 낼 구매자의 눈으로 앱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설명이 부족한 첫 화면, 어색한 공의 움직임, 재미가 보이지 않는 스토어 이미지가 드러났다. 고친 뒤에는 나도 처음 설치한 사람처럼 처음부터 다시 확인했다.
AI는 빠르게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단계’까지 간다. 문제는 그 지점을 완성품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물었다.
돈을 낼 사람도 만족할까?
내가 아직 놓친 문제는 뭐야?
좋은 결과는 첫 답에서 나오지 않았다.
첫 답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은 대화에서 나왔다.
출시 9일 뒤, 화면 가장 위에 있었다
무료 앱이라면 호기심으로 받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료 앱은 다르다.
“정말 누군가 이 게임에 자기 돈을 낼까?”
만드는 동안 수없이 했던 질문이 이제 실제 시장의 질문이 됐다.
그리고 출시 9일 뒤인 8월 9일, 게임은 한국 App Store ‘게임 > 스포츠’ 유료 앱 차트 1위에 올랐다.
2026년 8월 9일, 한국 App Store 스포츠 유료 게임 다운로드 순위 1위
전체 게임 1위는 아니다. 유료 스포츠 차트는 시장이 작고 순위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 결과가 큰 매출이나 다음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내게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설문지처럼 보였던 화면이 실제 제품이 됐다. 누군가가 돈을 내고 선택했다. 처음 만들어 본 게임이 연습용 파일로 남지 않고 App Store까지 도착했다.
순위 화면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AI가 정말 대단하다”가 아니었다.
“처음 그 허접한 화면을 보고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당신의 첫 화면이 엉성해도 괜찮다
누구나 AI로 앱을 만들면 1위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다음 앱의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코딩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를 접어 둘 필요는 없어졌다.
나는 이미 Mac과 iPhone, Apple 개발자 계정, Codex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처음이라면 준비에 더 시간이 걸리고, 계정과 결제, 중요한 결정의 최종 승인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래도 첫 화면은 그전에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앱 전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메모장에 세 줄만 적어 보면 된다.
- 누가 불편한가
- 어떤 순간에 무엇이 불편한가
- 앱을 쓴 뒤 무엇이 달라지면 좋은가
예를 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장을 볼 때 냉장고에 무엇이 남았는지 몰라 같은 재료를 또 산다. 남은 재료를 10초 안에 확인하는 앱을 만들고 싶다. 가장 작은 첫 화면과 내가 확인할 기준부터 알려줘.
첫 화면이 나오면 기술 용어를 찾지 말고 본 것을 그대로 말하면 된다.
버튼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 처음 쓰는 사람도 바로 이해하도록 줄여줘. 고친 뒤에는 정말 쉬워졌는지 다시 확인해줘.
좋은 프롬프트 한 번보다 중요한 것은 첫 결과를 본 뒤 다음 말을 하는 일이다.
“여기는 좋다.”
“이건 이상하다.”
“다시 고쳐 보자.”
당신의 첫 결과도 기대보다 엉성할 수 있다.
괜찮다.
이제 무엇을 고쳐야 할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위보다 더 오래 남은 것
“App Store 1위 게임을 만들어줘”라는 큰 목표 한 줄이 1위를 만든 것은 아니다.
첫 결과를 완성품으로 착각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수준에 닿을 때까지 다음 질문을 이어간 것이 더 중요했다.
AI가 목표를 대신 정하거나 결과의 기준까지 판단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코딩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아직 꺼내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완벽한 기획서부터 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의 어떤 불편을 바꾸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적어 보자. 작은 첫 화면을 만들어 직접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평범한 말로 다시 고치면 된다.
내 첫 게임도 그렇게 시작했다.
형편없는 첫 화면에서 시작해, 출시 9일 뒤 차트 가장 위까지 올라갔다.
App Store에서 〈야구 못하면 또 환생함: 투수 키우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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